정의 및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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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니뇨·라니냐의 정의
적도부근 열대 태평양은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태양에너지가 유입되는 곳으로 해수면온도가 다른 지역에 비해 항상 높은 편이다. 평소 서태평양의 해수면 온도는 높고 동태평양은 상대적으로 낮아 서고-동저의 해수면온도 분포를 보인다. 대기에서는 적도를 따라 무역풍이 동쪽에서 서쪽으로 불고 있으며, 서태평양에서 대류활동이 활발하게 나타난다.
2-5년마다 상대적으로 낮았던 열대 동태평양과 중태평양의 해수면온도가 평상시보다 높은 상태로 수개월이상 지속되는 현상이 나타는데 이를 엘니뇨라 한다. 엘니뇨는 대체로 봄~여름철에 발생해 겨울까지 발달하다가 이후 점차 약해지며, 이듬해 봄∼여름철에 소멸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 시기에 적도 태평양의 무역풍은 약해지고 강한 대류활동 영역이 서태평양에서 중태평양으로 확장·이동하게 된다. 대기의 변화로 인해 해양에서는 동태평양에서 수온약층이 깊어지고 해수면온도가 상승해 다시 대기의 변화를 유도한다. 라니냐는 엘니뇨의 반대 현상으로 중동태평양의 해수면온도가 평상시보다 낮아지고 무역풍이 평소보다 강해진다.
그림1. 평상시와 엘니뇨 시기 대기·해양 상태 모식도(2016 엘니뇨 백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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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니뇨·라니냐의 전지구 기후 관련성
엘니뇨·라니냐는 열대 태평양에 국한되어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대기와 해양의 원격상관 (대기·해양의 흐름을 통해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곳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통해 전 지구 기상·기후에 영향을 미치게 되며, 그 영향은 지역과 계절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엘니뇨가 최고조로 발달하는 겨울철에 북반구에서는 유라시아 중·동부와 알래스카 지역을 포함하는 북미 서북부에서 평상시보다 높은 기온을 보이고, 남반구에서는 아프리카 남서부 지역과 호주 서쪽, 그리고 남미 북부 지역이 상대적으로 높은 기온을 보인다. 강수량은 열대 서·중태평양에서 증가하고 인도네시아 부근과 호주 북부에서 평상시보다 감소한다.
라니냐가 최고조로 발달하는 북반구의 겨울철에, 열대 서·중태평양에서 강수가 감소하고, 인도네시아 부근에서 강수가 뚜렷하게 증가한다. 남미 북부에서는 강수량이 증가, 남미 중·동부 지역에서는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유라시아 북부와 캐나다 북부를 제외하고는 북반구에서 대체로 평상시보다 기온이 낮은 경향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그림2. 엘니뇨(왼쪽) 및 라니냐(오른쪽) 최성기 겨울철 기온 및 강수 모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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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니뇨·라니냐가 우리나라 기후에 미치는 영향
각각의 엘니뇨와 라니냐는 고유의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영향도 다양하게 나타난다. 따라서 단편적으로 엘니뇨 및 라니냐의 영향을 정확히 파악하고 적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특히, 한반도의 기후는 엘니뇨·라니냐 외에도 다른 기후현상에 의해 다양한 영향을 받고 있어 이에 대한 이해가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엘니뇨·라니냐가 발달하는 시기의 우리나라 여름철 강수 변화는 월별로 차이가 있지만, 7월 중순부터 8월 중순까지 엘니뇨시기에 우리나라 강수가 증가하고, 라니냐 시기에는 강수가 감소하는 경향이 한반도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나타난다.
엘니뇨가 발달하는 해 7월 중순부터 8월 중순에는 기후학적으로 북서태평양 고기압이 강해지는 시기로, 이 때 한반도 남쪽 상공 1.5㎞ 부근에서 서풍(하층 제트)이 강화되고 한반도는 저기압성(반시계방향) 흐름에 영향을 받게 된다. 결과적으로 서·중태평양에서 강수가 증가, 아열대에서는 강수 감소, 우리나라 남부에서는 강수가 증가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그림3. 엘니뇨 발달기 여름철 한반도의 영향 모식도
엘니뇨가 발달하는 9월에는 서태평양에서 적도수렴대(ITCZ, Inter-Tropical Convergence Zone)가 북상하면서, 한반도 남동쪽에 큰 규모의 저기압성 (반시계방향) 흐름이 자리 잡게 되고, 이로 인해 우리나라에 북풍기류가 나타나면서 강수가 감소하고 기온이 낮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라니냐시기에는 한반도 남동쪽에 고기압성(시계방향) 흐름이 자리 잡게 되고 남풍기류가 나타나 강수가 많아지고 온도는 높아진다.
그림4. 엘니뇨 발달기 9월 한반도의 영향 모식도
엘니뇨가 최대로 발달하는 이른 겨울철(11, 12월)에 한반도의 강수는 증가하고 기온은 상승하는 경향 보인다. 11월 강수가 평년의 2배 이상인 100 ㎜ 이상 내렸던 해는 1982, 1997, 2015년으로 모두 엘니뇨가 강하게 발달했던 해이다. 라니냐 시기의 11월과 12월에 강수가 감소하고, 기온이 하강하는 경향을 보인다.
엘니뇨가 최대로 발달하는 이른 겨울철(11, 12월), 한반도 동쪽에 쿠로시오 고기압 흐름이 발달해 남풍 기류를 유도하여 강수가 증가하고 온도가 상승하는 데 기여한다. 쿠로시오 고기압의 발달은 열대 서태평양의 대류활동 감소에 따른 원격상관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그림5. 엘니뇨 절정기 11~12월 한반도 영향 모식도